우리 사회에서는 치아가 좋은 것을 오복 중 으뜸이라고 했다. 치아란 뼈의 나머지 부분으로 신이 그것의 영양을 담당하고, 숨이 드나드는 문호이다. 치아는 오장 가운데 신 계통에 속하며, 골수가 그것의 생장을 맡는다. 그래서 신의 기운이 쇠약하면 이 틈새가 벌어지고, 신의 정기가 왕성하면 치아가 튼튼하며, 신에 허열이 있으면 이가 흔들린다고 한다. 치아는 나이에 따라 그 상태가 변한다. 여성은 일곱 살이 되어야 신기가 왕성해지면서 이를 갈고 머리털이 길게 자란다. 그리고 스물한 살이 되면 신기가 고르게 되므로 사랑니가 나와 다 자라게 된다. 남자는 여덟 살이 되어야 신기가 충실해지면서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고 이를 갈며, 스물네 살이 되면 신기가 고르기 때문에 사랑니가 나와서 다 자란다. 마흔 살이 되면 신기가 쇠약해지기 시작하므로 머리카락도 빠지고 치아가 마른다. 예순네 살이 되면 이와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다.
치통에는 일곱 가지가 있다.
치통이 있을 때는 먹는 것조차 힘들다. 특히 찬물이나 뜨거운 물일 때 더욱 그렇다. 또는 찬 기운을 들이마실 때조차 통증을 느낀다. 뜨거운 물에 통증을 느낄 때는 어떤 때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동의보감에서는 윗니에 병이 생기면 찬 것을 마시기 좋아하며 뜨거운 것을 마시기 싫어한다고 한다. 윗잇몸은 위의 경맥에 속해 있어서 뜨거운 것을 싫어하고 시원한 것을 좋아한다는 위경맥의 속성에 따라 이렇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열로 인해 통증을 느낄 때에는 찬 것을 싫어한다. 반면에 아랫잇몸에 병이 생기면 뜨거운 것을 마시기 좋아하나 찬 것을 마시기는 싫어한다. 아랫잇몸은 대장의 경맥에 속하기 때문에 시원한 것을 싫어하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대장의 속성을 따른다. 또한 냉으로 아프면 뜨거운 것을 싫어한다.
치통은 왜 생기는가?
몸의 습열과 몸 밖 사기의 작용으로 생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위에 있던 습열이 잇몸 사이로 올라갔을 때, 풍한에 감촉되어서 습열이 몰리고 맺혀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몸 안의 습열과 몸 밖의 찬 기운 때문에 치통이 생긴다고 하였지만, 동의보감에서는 치통이 생기는 원인 일곱 가지를 나누어 정리한다. 그것은 풍열로 인한 통증, 풍랭으로 인한 통증, 열로 아픈 통증, 한사로 인한 통증, 담독으로 인한 통증, 어혈(뭉친 피)로 인한 통증, 벌레로 인한 통증 등이다. 각각 원인에 따라 입과 이 부위에 나타나는 증상이 서로 다르다. 풍열로 이가 아픈 경우는 외부의 풍사가 내부의 열과 서로 부딪친 것으로, 잇몸이 붓고 아프며 고름이 나고 냄새가 난다. 다만 몸 안의 풍이나 몸 밖의 풍이 침습하여 치아가 아픈 것은 바람을 들이쉬면 더 통증을 느낀다. 풍랭으로 치아가 아픈 것은 잇몸이 붓지 않고 벌레도 먹지 않으며 날이 갈수록 치아가 흔들린다. 열로 치아가 아픈 것은 장위에 열이 쌓였기 때문으로 잇몸이 붓고 아프며 헤져서 더러운 냄새가 난다. 한사로 치아가 아픈 것은 찬 기운이 뇌에 침범하여 머리끝에서 치아까지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담독으로 치아가 아픈 것은 담과 열이 치밀어 올라서 경락에 들어가서 생긴 것으로 가래와 기침이 난다. 어혈로 치아가 아픈 것은 풍열이 잇몸을 치받아 피가 나면서 엉기고 막혀, 저리고 아픈 양상을 띤다. 벌레가 먹어서 치아가 아픈 것은 치아를 잘 닦지 않아서 생긴다. 음식을 먹은 다음 치아를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치아 사이에 긴 찌꺼기가 썩어서 냄새가 나며, 그것이 오래되면 치아와 잇몸에 구멍이 생기며 벌레가 그곳을 파먹게 되고, 하나의 치아를 다 파먹은 다음에는 또 다른 치아를 파먹는다. 이때는 반드시 벌레를 죽여야 통증이 멎는다.
자면서 치아를 갈 때는,
잇병은 주로 통증으로 나타나지만, 이의 물리적 상태 변화로도 병을 파악 할 수 있다.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진다거나, 치아에 벌레가 생긴다거나, 치아가 누렇게 또는 거멓게 된다거나, 치아가 점점 자란다거나, 잇몸에 군살이 돋아난다거나, 치아를 간다거나 하는 따위가 그것으로 이 또한 동의보감이 관심을 보이는 증상이다. 잇몸이 파여서 치아뿌리가 드러나고 흔들리는 것은 신의 원기가 허약하기 때문이므로 음을 북돋고 신을 보하는 팔미환 등을 처방한다. 잇몸이 붓고 아프며 치아가 흔들리다가 살이 검게 헤지면서 빠질 때는 잇몸을 관장하는 수양명경과 족양명경 등 두 경맥을 치료하는 약을 쓴다. 치아에 벌레가 먹었을 때는 부추씨, 박 잎사귀, 싸리풀씨, 부추즙, 귀리짚, 등을 쓴다. 때로 소량의 비상을 환약으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벌레 먹은 치아는 다음과 같이 치료한다. 작은 기와 조각 위에 기름에 버무린 부추씨를 놓고 거기에 불을 피운 다음 물 사발 위에 걸쳐놓고 누두(구멍이 뚫린 말됫박) 같은 것으로 덮는다. 다음에 벌레 먹은 치아를 누두 구멍에 대고 연기를 쏘면 치아 속에 있던 바늘 같은 벌레들이 물 사발 안에 떨어지는 데 이것을 여러 번 경험하였다. 이 밖에도 단방으로 웅황, 담반, 두꺼비 진, 수세미외, 고삼, 딱따구리가 쪼은 나뭇조각 등을 쓰기도 한다. 치아가 누렇거나 검게 되었을 때는 이른바 치아를 하야케 하는 약을 쓴다. 이 약은 섞고, 보드랍게 가루를 낸 사과, 영릉향, 승마, 세신, 사향, 백지, 돌소금 등의 약을 섞어 만들며, 날마다 이것으로 치아를 닦은 다음 깨끗한 물로 양치하고 뱉어버리면 된다. 치아가 날로 자라나서 입을 벌린 채 있게 되고 음식을 먹기 힘들게 되는 수가 있다. 이는 대체로 수액이 넘치기 때문이다. 백출을 가루 내어 물에 타 먹거나 물에 달여 양치질하면 낫는다. 잇몸이 군살처럼 자라나는 일도 있는데 이를 치옹이라 한다. 이런 증상에는 생지황즙 1종지, 조협(주엽나무열매) 및 알을 쓴다. 박초 가루를 붙이기도 한다. 자면서 치아 가는 것을 개치, 알치, 혹은 교치라고 한다. 의방유취에서는 치료법으로 환자가 누워 자던 자리 밑의 먼지 한 춤을 환자가 모르게 입에 넣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린애가 치아를 가는 것은 상한열병 때문인데, 신 것을 많이 먹어 치아가 시큰할 때는 호두살을 꼭꼭 씹어 먹으면 풀린다.
손대지 않고 치아를 빼는 법.
동의보감에서는 아픈 이를 손대지 않고 빼는 방법 네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천초(조피 열매), 세신, 초오, 필발 등의 약을 보드랍게 가루 내어 한 번에 조금씩 아픈 치아를 문지르면 저절로 빠진다. 둘째, 벌레 먹은 치아를 뽑는 처방으로 붕사, 주사, 망사, 천오 끄트머리, 두꺼비진, 신비, 부자 끄트머리 등의 혼합약을 쓰는 방법이다. 위의 약들을 음력 오 월 오 일에 섞어서 가루 내어 아픈 치아에 조금씩 문지르면 치아가 빠진다. 그 다음에는 방풍, 감초, 형개 달인 물로 양치하고 뱉는다. 셋째, 말고기에 비상, 파두육을 가루 내어 고루 섞은 다음 돌그릇에 담아 두었다가 치아에 벌레가 먹으면 약한 불기운에 말려 가루 내어 쓴다. 아픈 치아에서 피를 약간 빼내고 그 위에 뿌린다. 그러면 치아가 잘 빠진다. 넷째, 부뚜막 속에 있는 흙을 기러기 쓸개 속에 넣고 그늘에 말려 가루 내어 조금씩 치아 뿌리에 떨구어 넣는 방법이다. 그러면 치아가 곧 빠지는데, 약이 입 안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빠진 치아를 다시 나오게 하는 법.
동의보감에서는 빠진 치아를 다시 나오게 하는 처방을 몇 가지 소개한다. 치아가 부러져서 여러 해가 되도록 빠지지 않을 때는 숫쥐의 등뼈를 가루 내어 치아가 부러진 곳에 문지르면 치아가 빠지고 새로 돋아난다. 약간 변형된 방법으로는, 쥐를 잡아 뼈만 남긴 후 기왓장 위에서 약간 약한 불로 말린 후 향부자, 상백피, 지골피, 백지, 천초, 민들레, 돌소금, 천근 피, 천초, 한련초 등과 함께 가루 내어 백 일 동안 치아를 문지르는 것이다. 그러면 곧 치아가 다시 나온다고 한다. 또 다른 변형 방법은 백급, 세신, 당귀, 숙지황, 백지, 돌소금 등 다섯 가지 약의 가루에 눈을 뜨지 못한 쥐새끼 서너 마리를 넣고 떡을 빚은 후 다시 구워 가루를 내어 이에 문지르는 방법이다. 수탉 똥과 암탉 똥 각각 열네 개를 약한 불기운에 말려 가루를 낸 다음 사향을 조금 섞어 두었다가 치아가 빠진 곳에 침으로 찌른 후 뿌리는 방법도 치아를 다시 나오게 하는 처방이다. 늙은이는 이십 일, 젊은이는 십 일 동안 쓰면 반드시 치아가 다시 나온다. 동의보감에서는 다쳐서 빠졌든 절로 빠졌든 관계없이 다 나온다고 말한다.
치아 양생법
동의보감에서는 여러 가지 양생법 중 입 안과 치아의 양생법을 매우 중시한다. 양치하지 않거나 입 안을 가시지 않으면 벌레가 생길 수 있는 터전이 되며, 더위의 독이나 술의 독이 항상 입 안과 이 사이에 잠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때로 입 안을 가시거나 양치하는 것이 좋다. 새벽에 일어나서 양치한 물을 한 모금 손바닥에 뱉어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평생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음식을 먹은 뒤에 양치를 몇 번씩이나 하는 것도 좋으며, 식후 진한 차를 마셔 입 안을 가시는 방법도 좋다. 차를 마시면 입 안이 텁텁한 것과 치아의 때가 저절로 다 없어지므로, 구태여 치아를 쑤시거나 후빌 필요가 없다. 대체로 이는 쓴 것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어서 차를 마시면 차차 든든해지고 벌레 먹은 이도 절로 낫는다.
오래 살기 위해서도 이의 양생이 중요하다. 그 방법은 매일 치아를 마주 부딪쳐 신기를 모으는 것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소금을 조금 입 안에 넣고 따듯한 물을 물고 치아를 문지른 다음 치아를 백 번씩 마주 부딪치면 오 일이 지나지 않아 치아가 든든해지고 빽빽해질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어떤 사람이 중년이 되어 풍병을 앓았는데, 늘 소리가 세게 나도록 치아를 마주 부딪치어서 백이십 살까지 살았다는 포박자의 말을 인용하여 치아를 마주 부딪치는 방법의 효과를 강조한다.
치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치통과 치아가 빠지는 것이다.
치아가 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치주염이다. 치주염은 치아와 치조골 사이에 치태가 끼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인데, 염증이 심해지면 치조골이 녹아내려 치아를 제대로 지지하지 못해 치아가 흔들리고 결국에는 빠지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풍열에 의해 치아가 아프다가 빠진다고 설명하는데,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열이 나므로 이를 풍열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은 서양 치과 의학의 견해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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