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어떻게 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귀는 오장 가운데 신의 기운과 연결되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즉, 신이 소리를 주관하며 신의 기운 때문에 소리를 듣게 된다. 귀는 신과 연결된 구멍이다. 신의 기운은 귀와 통하므로 신이 조화되어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편, 신에는 정이 저장되어 있으므로 정기가 조화되어야 신기가 몹시 성해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과로하여 기형이 손상된데다 풍사까지 겹이어서 신이 상하고 정기가 빠져나가면 귀가 먹어서 말을 들을 수 없게 된다. 귀가 밝으냐 밝지 않느냐는 기와 혈의 조화로 설명된다. 달이 햇빛을 받아야 빛을 내는 것같이 사람의 귀와 눈도 양기를 받아야 밝아질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음혈이 부족하면, 양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해져서 보고 듣는 것을 못 하게 된다. 그러므로 귀와 눈이 좋아지려면 혈과 기를 조화시키는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귀울림
귀가 울리는 증상은 왜 생기는가? 이는 귀의 종맥(큰 줄기가 되는 맥)을 위와 연관지어 설명된다. 즉, 위의 속이 비면 종맥이 허해지고 종맥이 허해지면 그 아래로 흐르는 맥들이 마르므로 귓속에 울림이 생긴다.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종이나 북치는 소리같이 귀가 올린다. 이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귀가 먹게 된다. 귀울림은 대체로 신의 정 부족으로 인해 음이 허해져 화가 동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귀에 풍사가 침범하여 기와 부딪쳐도 요란한 소리가 나며, 풍열과 술 마시고 열이 나도 귀울림이 있으며, 담화가 치밀어도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성생활을 과도하게 하거나, 과로하거나 중년이 지나서 중병을 앓을 때도 귀가 울린다.
귀먹음
귀가 먹는 것은 모두 다 열증이다. 하지만 왼쪽 귀를 먹는 것, 오른쪽 귀를 먹는 것, 양쪽 귀를 먹는 것의 원인은 서로 다르다. 왼쪽 귀만 먹는 일도 있고 오른쪽 귀만 먹는 일도 있으며 양쪽 귀가 다 먹는 일도 있으니 이를 분별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왼쪽 귀가 먹는 것은 족소양경맥의 화에 의한 것인데 성을 잘 내는 사람에게 많다. 또 오른쪽 귀가 먹는 것은 족태양경의 화에 의한 것인데 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많다. 왼쪽 귀가 먹는 것은 부인에게 많은데 그것은 자주 성내기 때문이다. 오른쪽 귀가 먹는 것은 남자에게 많은데 그것은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기 때문이다. 양쪽 귀가 다 먹는 것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많다. 이밖에도 동의보감은 귀를 먹게 하는 원인에 따라 귀먹음 증을 풍농, 습농, 허농, 노농, 궐농, 졸농 등으로 나누며 처방을 달리한다.
풍농이란 풍 때문에 귀가 먹은 것을 말한다. 반드시 귓속이 가렵거나 머리가 아프다.
습농이란 습 때문에 귀가 먹은 것이다. 귀에 빗물이나 물이 들어가서 생기며, 이때는 귓속이 질척하고 부으면서 아프다.
허농은 몸이 허하여 귀가 먹은 것으로 오랜 설사나 중병을 앓은 뒤 허약해진 틈을 타서 풍사가 귀에 침범해서 생긴다.
노농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거나 지나친 성생활로 허약해져서 생긴다. 뺨의 광대뼈 부위가 검게 되고 귓바퀴가 마르며 때가 끼는 증상을 보인다.
궐농이란 갑자기 치밀어 오른 기가 귀와 통하는 경맥에 부딪칠 때 생긴다. 오장의 기가 치밀어 귀에 들어가면 귀가 꽉 막혀 들리지 않게 되며, 이때는 반드시 어지럼증을 수반한다.
졸농이란 갑자기 귀가 먹은 것을 말한다. 신의 기운이 허할 때 풍의 사기가 경락에 침범했다가 귀 안으로 들어와 정기와 부딪칠 때 생긴다.
동의보감에는 각각의 이들에 대한 여러 처방과 함께 손쉽게 응용할 수 있는 예방법이 실려 있다. 손으로 귓바퀴를 여러 차례 계속해서 비벼주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이렇게 귓바퀴를 단련시키면 신기가 충실해져서 귀먹는 것이 방지된다고 한다. 또한 귀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늘 배부르게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신기가 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간요법
거북 오줌: 귀가 먹은 지 오래된 것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거북의 오줌을 받는 방법은 거울로 거북을 비추면 거북이 성적으로 흥분해서 오줌을 싼다. 또 쑥뜸으로 꽁무니에 뜸을 떠주어도 오줌을 싼다.
쥐의 쓸개: 귀가 먹은 지 오래된 것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환자를 옆으로 눕히고 쥐의 담즙을 귀 안에 떨구어 넣어주면 얼마 있다가 그것이 반대편 귀로 나온다. 처음 넣었을 때는 귀가 들리지 않다가 한나절이 지나면 낫는다. 이 약으로는 귀먹은 지 삼십 년이나 되는 환자도 치료한다. 그러나 쥐의 쓸개를 얻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쥐가 죽는 즉시 쓸 개가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력 초사흘 전에는 쓸개가 있다고도 한다.
수고양이 오줌: 수고양이의 오줌을 받아서 왼쪽 귀가 아플 때는 왼쪽 귀에, 오른쪽 귀가 아플 때는 오른쪽 귀에 떨구어 넣는다. 고양이가 오줌을 싸지 않을 때는 생강으로 고양이 이빨을 문질러 주면 오줌을 싼다.
귀에 생기는 잡병
귀울림증이나 귀먹음증은 대표적인 귓병이며, 이 밖에도 소리가 중복해서 들린다거나, 귀에서 진물이 흐르거나, 귀가 아프다가 고름이 생기거나, 귀가 가려운 증상 등이 있다.
정이와 농이(귀에 진물이 뭉쳐 막히거나 고름이 생기는 증상)
정이란 사람 귀 안에 있는 진액이 풍열 때문에 굳어져 생긴 알갱이가 귀를 막는 현상을 말한다. 달리 말해, 갑자기 귀 안에 열기가 있으면 귀 안에서 생긴 진물이 말라 귀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농이란 몸이 허한 틈을 타서 경맥을 따라 귀에 침입한 열기가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생긴 고름을 말한다.
귀가려움증
신이 허할 때 독기가 치밀어 올라 생긴다. 하루에 한 번씩 가려움이 발작하는 귀가려움증은 보통 방법으로는 치료가 안 된다. 이런 때에는 국방투빙단을 처방하며, 술, 국수, 닭고기, 돼지고기, 맵고 열 내는 음식을 1달 동안 먹지 말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귓속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
동의보감에서는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의 민간 처방으로 다음 몇 가지를 소개한다.
귀에 여러 종류의 벌레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으면 칼 두 개를 귀 앞에 대고 마주 갈아 소리를 낸다. 그러면 벌레가 그 소리를 듣고 저절로 나온다. 또 거울을 마주쳐서 소리를 내도 나온다.
쪽물을 귓속에 떨구어 넣으면 벌레가 죽어서 나온다.
귀 안에 벌레가 들어가서 아플 때는 뱀장어 기름을 귓구멍에 바른다.
날아다니는 벌레가 귀에 들어갔을 때 좋은 식초를 귀 안에 넣으면 벌레가 반드시 죽어서 나온다.
왕지네가 귀에 들어갔을 때는 부추즙이나 생강즙을 귀에 넣으면 곧 나온다.
돼지기름이나 돼지고기를 고소하게 구워서 귀를 덮으면 벌레가 저절로 나온다.
참기름에 지진 떡을 귀에 대고 잠깐 누워 있어도 들어갔던 벌레가 나온다.
여러 가지 벌레나 물건이 귀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을 때는 참대 대롱을 귀 안에 넣고 입으로 힘껏 빨아내는 것이 좋다.
귀에서 흔히 생기는 문제는 귀울림, 난청, 어지럼증 등이다. 이 중에서 어지럼증은 평형감각을 유지해 주는 내이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것인데, 내이의 기능은 서양의학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동의보감에서는 어지럼증을 귀에 관한 항목에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귀에서 흔한 증상의 하나인 귀울림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서양의학에서는 귀 주위를 흐르는 혈관에 구조적 이상이 있을 때 귀울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는 귀의 종맥이 허해져 귀울림이 나타난다는 동의보감의 설명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동의보감에서는 귀먹음이 모두 열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 과거에는 장티푸스와 같은 열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귀가 멀거나 중이염을 심하게 앓아 난청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러한 설명은 상당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청력이 감퇴하는 난청은 열병에 의해서만 초래되지는 않으며 감염으로 인한 염증 이외에도 외상, 종양, 약물, 소음, 노령 등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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