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가 갑자기 막혔을 때는 침을 놓아 피를 빼거나 토하게 하라. 침을 놓아 피를 빼는 것은 후비증이 굳은 피가 엉겨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담반이나 녹반(황산제일철)을 가루 내어 박하즙과 함께 식초에 넣고 갠 다음 닭 깃에 묻혀 목구멍에 넣어서 천천히 담을 끌어 올려 토하게 하는 법이 좋다. 이는 인후가 갑자기 막혔을 때 동의보감이 일차적으로 권하는 응급 처방이다. 또한 가래를 빠르게 끌어 올려 제거하기 위한 비방도 있다. 그것은 겨울에 청어 쓸개 속에 넣어두었던 백반을 쓰는데, 쓸 때마다 백초상(밑에 붙은 검은 그을음)과 볶은 소금을 조금 섞어서 식초에 갠 다음 오리털에 묻혀서 코에 넣는 방법이다. 신기하게도 가래를 토하면서 병이 곧 나을 것이다. 인후가 막혔을 때는, 병의 원인이 되는 화의 성질이 매우 빨라서 위에서 본 것처럼 침을 놓거나 토하게 하여 독기가 흩어지도록 한다. 이는 급하여서 표를 먼저 치료하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동의보감은 표를 치료함과 아울러 내경에서 말한 종치의 방법을 써야 함을 강조한다. 종치란, 화 때문에 생긴 병에 찬 약을 쓰지 않고 도리어 열 약을 쓰는 것을 뜻한다. 즉, 이열치열의 방법을 말한다. 그러므로 응급 처치가 끝난 후 인후병에 약을 쓸 때는 찬 약을 써서는 안 되고, 열 약인 부자 등을 써서 약 기운이 천천히 지속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늘을 삼켰을 때는 자석을 써라.
동의보감에서는 물고기 가시가 걸리거나 바늘을 삼키거나 벌레를 먹거나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벌어지는 여러 응급 상황에 대해서도 세심 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피를 빨며 사는 거머리를 삼킨 경우와 같이 요즘에는 벌어지기 힘든 상황에 대한 것도 있다. 많은 경우에 물고기 가시에는 가마우지 고기를 쓴다. 바늘이 걸렸을 때는 자석을 쓴다는 식의 민간에서 행하는 유감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주문법도 있다.
물고기 가시가 걸렸을 때.
물고기 가시가 목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을 때는 대체로 옥설무우산을 쓴다. 이 밖에도 모든 물고기 쓸개, 조자, 남봉사, 관중(쇠고비), 사인과 감초 가루, 잉어의 비늘과 껍질, 원추리 뿌리즙, 해달피 달인 물, 봉숭아씨 등을 쓸 수 있다.
짐승 뼈가 걸렸을 때.
짐승 뼈가 목에 걸렸을 때는 일반적으로 상아를 물에 갈아서 마신다. 또는 뽕나무 좀 가루, 거꾸로 매달아 놓은 개가 흘린 침, 닭발, 범의 뼈, 소금에 절인 매화 열매 살 등을 쓴다. 또한 목에 걸린 뼈를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는 쇠심줄 또는 사슴 힘줄을 쓴다. 물에 담갔다가 쥐어짜서 달걀 노른자위만 하게 만든 다음, 한끝을 잡고 걸린 곳까지 삼켰다가 천천히 잡아당기면 걸렸던 것이 힘줄에 붙어서 나온다. 또는 작은 솜뭉치 하나를 꿀물에 삶아 끈으로 매어 위의 방법으로 한다. 염교의 흰 밑동이나 부추의 흰 밑동 또는 활의 한쪽 끝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건을 잘못 삼켰을 때.
삼킨 물건에 따라 처치법이 다르다. 금이나 은으로 만든 것을 먹었을 때는 금과 은을 녹이는 수은을 쓴다. 잘못하여 금, 은, 구리로 만든 돈을 먹었을 때는 사인을 달여 먹거나 발제를 풀어지게 갈아서 먹인다. 또는 굳은 숯을 가루 내어 미음에 타서 먹여도 그 돈이 오매같이 되어 대변으로 나온다. 이밖에 호두, 연분, 졸인 꿀, 엿, 아욱국 등을 쓴다. 잘못하여 비녀를 삼켰을 때는 많은 양의 흰 사탕을 먹이거나 염교를 먹인다. 만일 잘못하여 바늘을 삼켰을 때는 대추 씨만 한 자석을 광채가 나도록 갈아서 송곳으로 구멍을 뚫은 다음 실을 매어 삼켰다가 잡아당기면 바늘이 자석에 끌려 나온다. 잘못하여 줄이 달린 낚싯바늘을 삼켰을 때는 막 잡아당겨서는 안 되고 빨리 옥구슬이나 호박 구슬, 수정 구슬 또는 율무쌀을 실에 꿰어서 낚싯바늘이 있는 곳에 닿도록 삼킨 다음 잡아당기면 절로 나온다.
잘못하여 여러 가지 벌레를 삼켰을 때.
잘못하여 왕지네를 삼켰다면 빨리 살아 있는 돼지의 피를 내서 먹은 다음 조금 있다가 참기름을 입 안에 떠넣으면 곧 토한다. 왕지네가 돼지 피에 싸여서 나온 다음 바로 석웅황가루를 물에 타 먹어야 지네 독이 풀린다. 잘못하여 거머리를 삼켰다면 거머리가 배에 들어가 오랫동안 살아 있으면서 간의 피를 빨아먹는다. 그렇게 되면 배가 참을 수 없이 아프고 얼굴이 누렇게 여위며 죽기도 한다. 이럴 때는 논 가운데 있는 마른 진흙 한 덩이와 죽은 물고기 서너 마리를 돼지기름에 넣고 잘 끓인 다음 파두 열 알을 찬 논물로 먹으면 된다. 또는 진한 찻물을 마시면 저절로 나오며, 꿀을 먹으면 거머리가 녹아서 물이 된다.
인후에 생기는 병 가운데 쌍유아와 단유아는 편도선에 염증이 생겨 부은 것을 가리킨다. 편도선은 인후의 입구를 둘러싸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세균 같은 침입자가 들어오면 면역 체계를 가동해 침입자를 격퇴한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편도선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작용한다. 즉, 편도선은 인후의 방어선으로 침입자와의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아직 면역 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편도선을 통해 침입자들을 막아내면서 점차 저항력이 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편도선이 지나치게 많이, 자주 부어 아프거나 호흡에 곤란을 겪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편도선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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