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액은 “진”과 “액”의 합성어로 인체에 존재하는 수분을 말한다. “진”은 땀구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으로 피부조직에 공급된 수분을 말한다. 진이 많이 흘러나오면 피부조직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어 땀구멍의 개폐가 원활하지 못하여 땀이 더 많이 흘러나오게 된다. “액”은 뼛속으로 스며들어 뼈가 굽히고 펴는 것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고 뇌수를 공급하고 피부를 탄력 있게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동의보감은 대장이 진을 주관하고 소장이 액을 주관한다고 본다. 대장과 소장은 위로부터 음식물을 영양분으로 한 진액을 피부와 털에 공급하고 땀구멍을 튼튼하게 한다. 위가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면 몸의 진액이 말라버린다. 대장과 소장이 주관할 진액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몸에는 다섯 가지 진액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인체가 수행하는 기능을 오장에 연계하여 설명한다. 간은 시각 기능을, 심장은 후각 기능을, 신은 오장에 진액을 나눠주는 기능을 한다.
오장에 전달된 진액은 장기마다 다른 자취를 띤다. 간에서는 눈물로, 심장에서는 땀으로, 비에서는 입 밖으로 나가는 침으로, 폐에서는 콧물로, 신에서는 입속에 고인 침이 된다. 땀, 눈물, 입 밖으로 흐르는 침, 콧물, 입 안에 고여 있는 침은 각각 분비되는 원인과 그것으로부터 일어나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눈물과 콧물: 눈은 주요 경맥이 모인 곳으로 진액이 오르내리는 길이다. 코는 기가 오르내리는 곳으로 슬프거나 상심하면 마음이 움직이고 그렇게 되면 오장육부가 모두 움직여 주요 경맥이 움직이고 그렇게 되면 진액의 통로가 열려 눈물과 콧물이 나온다.
땀: 땀이 나는 것은 몸의 습기와 열기가 서로 부딪쳤기 때문이다.
침: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은 위 속의 열 때문에 발생한다. 이 열로 인해 위가 늘어지면 침샘이 열린다. 입 안에 고인 침은 입의 침샘에서 분비된다. 이는 몸의 생명수이므로 잘 보전하여야 한다.
인체의 상태를 반영하는 땀
다섯 가지 진액 가운데 땀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가장 뚜렷하기 때문에 임상적 의의가 가장 크다. 땀의 분비 상태로 몸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치료 방법을 예견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땀을 13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저절로 나는 땀과 도둑 땀
저절로 나는 땀은 주로 낮에 나타나며 도둑 땀은 밤에 잘 때 나타난다. 이 둘은 함께 나타나지 않는다. 저절로 나는 땀은 양기가 허약할 때 낮에 나타난다. 따라서 땀구멍을 여닫는 몸 겉에 흐르는 양기를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러면 땀구멍 조절이 잘되므로 저절로 흐르는 땀을 예방할 수 있다. 이와 반대의 경우 도둑 땀이라 한다. 잠을 자는 것은 음에 속한다. 잠은 대체로 밤 시간대에 이루어지므로 시간상으로 음에 해당하며, 가령 대낮에 낮잠을 잘 수 있는데 고요히 누워 잠을 자는 몸의 상태는 음에 속한다. 이처럼 잠잘 때 흘리는 땀은 음의 기운이 부족해서 생긴다. 따라서 이때는 음기가 몸을 편안히 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쓴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도둑 땀은 이 방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수가 많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아이들들은 열이 잘 나고 그 열기 때문에 열린 땀구멍이 다시 잘 닫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화를 없애주는 처방을 쓴다. 양격산, 삼황원 등이 그것이다.
두한과 심한
몸에서 가장 위에 있는 머리는 모든 양기가 모인다. 인체에 손상 끼치는 요인들이 모든 양기와 부딪치면 진액이 머리 쪽으로 몰리게 된다. 이 때문에 머리에서 땀이 나는 것을 두한이라 한다. 양의 기운이 허약해서 그 틈을 타고 사기가 인체의 면역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의 기운을 보호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심한은 오직 심장 부위에서만 땀이 나고 다른 부위에서는 땀이 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해서 심장에 병이 생긴 경우 등에 나타난다.
손발과 음낭에서 나는 땀
진액이 위장부로부터 사방으로 퍼지면서 손발에서 겉으로 땀이 나는 것 때문이다. 신이 허약하고 양기가 쇠퇴하였을 때 음낭에서 땀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남성의 정력이 쇠퇴한 경우 등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땀과 황한
피땀은 다른 말로 붉은 땀을 일컫는다. 이는 지나치게 심장이 손상된 경우에 기가 흩어지면서 피가 나가기 때문에 생긴다. 황한은 황백즙 같은 땀이 흰옷이 누렇게 물든다. 땀이 났을 때 목욕을 해서 생긴다.
누풍증
누풍증은 땀이 몹시 나며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는 증상이다. 심하면 숨이 차고 몸에 열이 나 땀이 나와 옷이 항상 젖어 있고 입과 목이 마르고 힘든 일을 하기 어렵다.
망양증
땀이 멎지 않고 많이 나는 것을 망양증이라 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명의 기운(진양)이 모두 빠져나가 몸이 싸늘해진다. 이러한 경우는 증상을 보고 치료를 할 것인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더부룩하고 살이 푸들거리리 얼굴빛이 퍼렇게 되는 경우는 치료가 어렵고, 손발이 따뜻하고 얼굴빛이 누렇게 된 경우는 치료할 수 있다.
땀이 나지 않는 것
음양의 기운이 모두 쇠약해지거나 피가 몹시 흐르고 너무 성할 때에는 땀이 나지 않는다.
구슬땀과 기름땀
여섯 양경맥 기운이 동시에 끊어지면 구슬 같은 땀을 흘리게 된다. 이러한 땀이 아침에 났다면 저녁에 사망하고, 저녁에 났다면 다음날 아침에 사망하고 만다. 기름땀은 비기가 끊어져서 나는 땀으로 몸이 매우 위독할 때 흐르게 된다.
건강을 위해 함부로 침을 뱉지 말라
침을 함부로 밷지 말라. 입 안에 있는 침인 진액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침을 하루종일 뱉지 않고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다시 삼키면 정기가 늘 보존되어 얼굴에 혈색이 좋고 눈에 광채가 난다고 한다.
오직 침만이 모든 진액 중 다시 삼킬 수 있다. 진액이 사람의 몸에서는 기본이다. 이것이 기육에서 혈액이 되고 피부에서는 땀이 되고 입에서는 침이 되고 신에서는 정액이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되고 비에서는 담이 된다. 눈물, 혈액, 땀, 정액 등은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으나 오직 침만은 다시 삼켜 되돌릴 수 있다. 침은 삼키면 다시 분비되고 인체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동의보감에서 침을 삼키는 것을 회진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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