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낮에 위기(몸에 영양 공급, 몸을 보호하는 기능)가 양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뜨고 깨어 있게 되며, 밤에는 위기가 음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잠을 잔다. 또 눈, 코, 입. 귀는 양이 되고 장부는 음이 되는 것이므로, 양기가 몸의 겉면에서 돌 때는 눈, 코, 입. 귀가 모두 다 양기를 받아 지각이 있어 보고 듣고 움직이며 깨어 있으나, 양기가 장부 속에서 돌 때는 눈, 코, 입. 귀가 양기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러하면 보고 듣는 감각 작용을 할 수 없어서 잠을 자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처럼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자고 것을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수가 많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마음이 들떠있거나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경우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허번으로 인한 불면증
허번이란 몸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고 편하지 않은 것을 일컫는다. 이는 음이 허하고 속에 열이 나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상한(밖으로부터 오는 한(寒), 열(熱), 습(濕), 조(燥) 따위 등으로 인하여 생기는 병)으로 토하고 설사한 다음이나 관란(더위를 먹거나 그 밖의 일로 심하게 토사하는 급성 위장염 등)으로 토하고 설사한 다음에 진액(영양, 물질 등)이 부족해서 허번증이 생긴다. 이때는 산조인탕 등을 쓴다.
들떠서 생기는 불면증
이것은 간이 사기(몸을 해치고 병이 나게 하는 나쁜 기운)를 받아 생기는 불면증이다. 보통 사람은 누우면 혼이 간으로 돌아가 신이 안정되어 잠이 든다. 그런데 간의 기운이 부족하여 나쁜 기운의 침입을 받으면 혼이 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누워도 혼이 제자리로 가지 못하고 몸을 떠난 듯이 날아다니므로 들떠서 잠을 잘 수 없다. 이때는 독활탕 등을 쓴다.
생각이 많아 생기는 불면증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잠을 자지 못할 때 생기는 불면증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한 흥미 있는 치료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부인이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 병이 나서 2년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의원이 진찰을 하고 나서, 양쪽 맥이 다 늘어져 있다. 이것은 비가 사기를 받은 것인데 비가 생각하는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라고 하면서 남편과 의논해 부인이 성(분노)을 내게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의원은 많은 돈을 받아 내고 며칠 동안 술을 먹다가 처방도 하나 써주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그러자 그 부인이 몹시 화가 나서 땀을 흘리다가 그날 밤에 곤히 잠들었는데 깨지 않고 8, 9일 동안이나 잤다. 그 후부터는 밥맛도 나고 맥도 제대로 뛰었다. 그동안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은 쓸개가 허하여 비장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성(분노)을 내게 하여 비장을 억제했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안한 잠을 자려면?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잘 수 있는가? 동의보감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여섯 가지 방법을 권하고 있다.
첫 번째, ‘반드시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자라.’ 이렇게 하면 심기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몸을 펴서 누우면 헛것들이 몰려든다. 공자가 죽은 사람처럼 하고 자지 말라고 한 것은 이를 말한 것이다. 보통 하룻밤 잘 때 다섯 번 정도 돌아눕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밤에 잘 때는 늘 입을 다물고 자라.’ 입을 벌리고 자면 기운이 입에서 빠져나가고, 사기가 들어와서 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 번째, ‘더울 때는 얇은 이불을 덮고, 추울 때는 두껍게 덮어라.’ 밤에 잘 때 편안하지 않은 것은 이불이 두터워 열이 몰렸기 때문이므로, 이때는 빨리 이불을 걷고 땀을 닦은 다음 얇은 이불로 갈아야 한다. 반대로 추울 때는 더 덮어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네 번째, ‘배가 고파서 잠이 오지 않으면 조금 더 먹고 배가 불러 잠이 오지 않으면 반드시 차를 마시거나 조금 걸어 다니다가 누워라.’
다섯 번째, ‘잠을 잘 때에는 등불을 꺼라.’ 등불이 켜져 있으면 정신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손을 가슴에 올려놓고 자지 마라.’ 그러면 반드시 가위눌리어 잘 깨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 가위눌렸을 때는 불을 켜지 말고, 앞에 가서 갑자기 부르지 말며, 가슴 위에 올린 손을 내려준 다음 천천히 불러 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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