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목에서 나오는가
동의보감에서는 목소리가 목에서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몸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장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즉, 목소리가 신장으로부터 근원 하며, 폐는 목소리가 나오는 문으로 보며, 심장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관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동의보감은 목소리의 문제 또는 장애가 단순히 목 부위의 손상 때문이 아니라 몸 안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풍(風), 한(寒), 서(暑), 습(濕) 등과 같은 사기가 심폐에 침입할 때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며, 신장이 허약하여 기운이 부족하면 목소리가 작게 나온다고 본다.
또한, 목소리의 성질은 오행의 기운에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금 기운에 해당하는 소리는 금속 소리처럼 쟁쟁하고, 토 기운에 해당하는 소리는 흙처럼 탁하고, 목 기운에 해당하는 소리는 나무처럼 길고, 수 기운에 해당하는 소리는 물처럼 맑으며, 화 기운에 해당하는 소리는 불처럼 건조하다고 말한다. 이렇듯 동의보감에서는 목소리가 단지 목 자체 기능에서 나오것이 아니라 오장, 오행과 연결된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에서 목소리의 직접적인 해부학적인 구조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입, 혀, 후두덮개, 후비강 등에 관해 매우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목소리를 내는 근본적인 인체구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목소리를 들어 병을 알 수 있다.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목소리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한 부분이다. 유능한 의사는 목소리만 듣고도 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동의보감은 목소리와 질병의 관계를 다음의 두 가지 형태를 제시한다.
첫 번째, 목소리의 상태가 특정 부위의 병과 관련된 경우이다. 이를테면, 목소리가 낮고 잘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뼈마디에 병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또렷하게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을 심장과 횡격막 사이에 병이 있기 때문으로 보며 목소리가 낮고 가늘면서 길게 나오는 사람은 머릿속에 병이 있기 때문으로 본다.
두 번째, 목소리가 오장육부와 관련 있다고 보는 경우이다. 간에 병에 걸리면 웅장하게 나오며, 비가 병에 걸리면 느리게 나오고, 신장이 병에 걸리면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대장이 병에 걸리면 길게 나오며, 소장이 병에 걸리면 목소리가 짧게 나오고, 위가 병에 걸리면 목소리가 빠르고, 쓸개에 병이 걸이면 맑고, 방광이 병에 걸리면 희미하다.
목이 쉬거나 말이 안 나오게 되는 까닭은
목이 쉬는 것은 목소리와 관련된 증상 중 가장 흔한 증상이다. 목이 쉬는 것이 단지 인후의 장애 때문일 수도 있지만 몸 안의 기와 장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힘껏 소리를 지르면 목이 쉬는 것은 기가 허하고 위기가 몹시 차가워졌기 때문이며, 오장으로 인해 생긴 기침이 오래되면 후두가 상해서 목이 쉰다.
말을 못 하는 것은 목이 쉬는 증상보다 아주 중증이다. 그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중풍으로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말을 할 수 없는 경우이다. 이는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아 말을 못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구멍에서는 여전히 목소리가 나온다. 둘째, 오랜 기침증상으로 후두에 문제가 발생하여 말을 못 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혀는 제대로 움직인다.
한편, 일시적으로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고르지 못한 기가 위쪽으로 치밀어 후두 쪽으로 몰린 경우인데 손발이 차고 대변을 잘 볼 수 없는 증상이 수반된다.
이 밖에도 병으로 토하고 설사한 뒤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중병을 않은 후에도 소리는 나오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유능한 의사는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몸의 상태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병증의 예후까지 알 수 있다. 다만 내상으로 손상되어 목구멍이 헐어서 목소리가 쉬었다면 수술을 필요로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오장의 기운이 이미 허락되어 정신이 없고 쉰 목소리를 내면 사망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음양이 다 끊어지고 목이 쉬어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며칠 만에 사망할 수 있다.
목소리를 잘 내게 하는 쉬운 처방
목이 쉬었거나 갑자기 목이 막혀 말이 잘 안 나올 때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주는 쉬운 처방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살구씨: 졸인 젖과 섞어 달여서 먹으면 목소리가 더 미끈하고 힘있게 나온다.
- 계심: 추위에 감촉되어 목이 쉬 것을 치료한다. 부드럽게 가루 내에 입에 물고 녹여 먹는다.
귤껍질: 갑자기 목이 쉬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진하게 달여 즙을 짜서 자주 먹는다.
배: 중풍으로 인하여 목이 쉬어 말을 하지 못할 때 사용한다. 생것을 짓찧어 즙을 내어 하루에 1홉씩 하루에 두 번 먹는다.
참깨 기름: 실어증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쓴다. 폐를 녹여주려면 생강즙 같은 것을 타서 먹으면 좋다.
달걀: 많이 먹으면 목소리가 잘 나온다. 물에 두 번 끓어오르게 삶아서 그 물과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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