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서는 10가지 병 가운데 9가지는 담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담이 병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담음을 가래라고 해석하지만 단지 담음의 한 가지 측면에 불과하다. 몸 내부의 진액들은 정상적인 변화 과정을 거친다면 림프액이나 핼액처럼 인체에 유익한 액체로 바뀌거나 노폐물이 되어 체외로 배출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체내에 남게 된다. 이를 담음이라 한다.
담·음·연의 세 가지는 같은 것이 아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인체에 존재하는 비생리적 액체를 담, 연, 음 등 세 가지로 나눈다.
담은 경혈의 통로인 심장막에 있다가 기를 따라 폐에 들어가 있다가 기침할 때 나오는 것이다. 연(입 밖으로 흐르는 침)은 비에 있다가 기를 따라 위쪽으로 넘쳐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음은 위부에서 생겨서 토할 때 나오는 액을 말한다. 이들 세 가지는 모두 가래의 모습을 띤다.
10가지 담병과 8가지 음병
동의보감에서는 담병(痰病)을 10가지, 음병(飮病)을 8가지로 분류한다. 이 밖에도 담이 담이 뭉치거나 덩어리진 병증과 위로 치밀어 오른 것을 덧붙인다.
음병의 종류
유음: 가슴속에 담이 있는 것으로 이때 갈증이 나고 숨이 짧으면서 팔다리에 역절풍이 생겨 아프다.
벽음: 양 옆구리 아래에 담이 생기는 것으로 움직이면 물소리 같은 소리가 난다.
담음: 장기에 물이 고여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으로 담음이 생기면 원래 기력이 왕성했던 사람도 마르게 된다.
일음: 땀을 내지 않아 몸이 무겁고 아픈 것으로 원래 마신 물이 퍼지다가 팔다리에 머물러 땀을 내서 내보내야 하는데 내보내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현음: 기침이 나오거나 침을 뱉으면 땅기면서 아픈 것으로, 옆구리 아래에 마신 물이 머물러 있어서 생긴다.
지음: 기침이 나면서 기가 거슬러 올라가고 숨을 쉴 때 몸을 기대야 하며 짧은 숨을 말한다. 물이 횡격막 위에 있어서 생긴다.
복음: 횡격막 위에 담이 가득 찬 것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기침하고 토하면 더웠다 추웠다 하고 허리와 등이 아프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담병의 종류
풍담: 풍으로 생긴다. 흔히 어지럼증, 머리 흔듦, 경련, 반신불수, 살갗이 푸들거림,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담: 차가운 담을 말하며 이때는 골비가 생겨 기로 찌르는 듯이 아프고 팔다리를 못 쓰게 되는데, 한기가 느껴지는 증상이나 발열은 나타나지 않는다.
습담: 습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힘이 없고 나른하고 몸이 무겁고 권태로우면서 허약한 증상이 나타난다.
열담: 화 기운 때문에 생긴 담으로 번열이 나서 담이 말라 뭉치고 눈시울이 짓무르면서 머리와 얼굴에 열기가 달아오르고 목이 막히며 지랄증이 생긴다. 또 명치끝이 아프면서 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울담: 화 기운의 담이 폐와 심장 사이에 오랫동안 뭉쳐서 침을 뱉기 힘들어서 생긴다. 흔히 얼굴빛이 말라비틀어진 뼈의 색깔을 띠고 머리털이 초취해지고 목과 입이 마르고 숨이 차고 기침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기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7정이 꽉 막혀 생긴다. 목구멍에 담이 걸려 있어서 침을 뱉으려 해도 뱉어지지 않고 침을 삼키려 해도 삼켜지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난다.
식담: 먹은 것이 얹혀서 생긴 것으로 속이 더부룩하면서 덩어리 같은 것이 생겨 그득한 증상을 보인다.
주담: 술을 마신 뒤에 차를 많이 마시거나 술 마신 후 소화되지 않아 생긴다. 술만 마시면 음식 맛이 없고 다음날 토하며 신물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경담: 놀라서 생긴다. 담이 뭉쳐서 가슴이나 배에 덩어리가 생겨 참을 수 없이 아픈 증상이다. 간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여성들이 많이 앓는다.
담의 상태로 병의 경중을 헤아린다
동의보감에서는 가래의 모양의 모양으로 병의 경중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담은 가래의 형태로 소화기, 호흡기 등에 있다가 구토, 기침 등을 통해 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체내 조직에 머물러 있다가 통증을 유발한다.
대체로 담은 한 곳에 머물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럴 때는 의사가 병을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리저리 옴겨다니면서 이곳저곳에서 통증을 유발하여 통증의 이유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담음유주증이라고 하여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담음유주증은 구체적으로 갑자기 팔과 다리, 가슴과 등, 사타구니와 허리가 은근히 참을 수 없이 아프고 연달아 근골이 땅기면서 아파서 눕거나 앉을 때 편안하지 못하고 때때로 담이 일정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증상을 보인다. 동의보감은 이 때에 담음을 제거하기 위해 공연단이나 소담복령환을 쓸 것을 처방한다.
담음을 치료하는 법
담음으로 인한 통증은 신체 어떤 부위에서든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치료할 때 통증 부위를보면 담음이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담음을 치료하는 원칙으로 담음이 기원한 장부를 다스릴 것을 권한다. 여러 장부 중 특히 위와 비장에 주목해야 한다. 위와 비장은 음식물을 섭취하여 양분을 받아들여 진액 대사를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이 잘못되면 담음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담음이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기행이 순조롭지 못할 때도 담이 생긴다. 기가 순조롭게 흐르면 담음과 같은 비생리적 액체는 소멸된다. 따라서 동의보감은 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해주는 것을 담으로 인한 병을 치료하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한다.
곧바로 토하게 하는 것도 담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다. 담음이 횡격막 위에 있을 때 아교처럼 걸쭉하고 흐릴 때, 경락 속에 있을 때 담을 토하게 하는 약을 써서 담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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