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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대변의 색깔로 알 수 있는 병과 설사와 이질 및 변비

by health_care 2024. 1. 20.

대변은 어떻게 하여 생기는가?

한의학에서는 대장을 소화된 찌꺼기를 내보낸다고 한다. 이런 소화된 찌꺼기를 대변이라 한다. 이때 소화된 수분인 소변이 되고 대변과 구별된다. 오줌과 대변이 분리되는 과정을 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음식은 위장에서 소화되어 위의 아래로 내려가 소장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소장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소장의 아랫부분에서 맑고 흐린 것이 갈라져서 수액은 방광으로 가서 소변이 되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가서 대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소변과 대변이 갈라지는 소장과 대장의 경계 부위를 난문이라 이름한다. 이는 그곳의 위치가 난간처럼 되어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대변병은 왜 생기는가

동의보감에서는 대변병에 대해 매우 상세히 다룬다. 대변병은 외부의 사기, 즉 바람의 기운, 습한 기운, 차가운 기운 등이 몸을 침범해서 생긴다고 본다. 예컨대 여름철에 날것 또는 차가운 것을 먹으면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고, 잠잘 때 이불을 걷어차면 바람의 기운이나 습한 기운이 침범한다. 이런 기운이 육부에 들어가면 열이 나며 숨이 차고, 오장까지 깊이 들어가면 배가 붓고 막히며 설사를 하게 된다.

 

대변의 색깔을 보면 병이 보인다.

병의 원인에 따라 대변의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푸른색, 흰색, 노란색, 붉은색, 검은색, 등 다섯 가지 색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의보감에서는 대변의 색깔을 보고 병의 상태를 알아낸다. 이를테면 설사한 것이 흰색이거나 푸른색이면 속이 차가워서 설사한 것이며, 대변의 색이 노란색이거나 붉은색이거나 검은색을 띠면 열 때문에 설사를 한 것이다. 설사한 대변이 노란색을 띠는 것은 비장에 열이 있기 때문이며, 대변의 색깔이 검은색을 띠는 것은 열이 극도로 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열리 때에는 검은 자줏빛 대변을, 한리 때에는 희면서 오리 똥 같은 대변을, 습리 때에는 검은콩즙 같은 대변을, 풍리 때에는 푸른 물 같은 대변을, 기리 때에는 게거품 같은 대변을, 적리 때에는 노랗고 물고기의 뇌같이 생긴 대변을 눈다.

 

설사에도 종류가 있다.

설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많은 종류의 설사를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준에 의해 나눈다. 하나는 소화에 관계하는 장부에 따른 분류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의 양상이나 원인에 의한 분류이다. 설사를 치료하는 원칙이, 모든 설사증에는 양기를 끌어올리는 약을 쓰라고 한다. 설사가 아래로 내려가려는 것이기 때문으로 본다.

 

장부에 따른 분류

위설: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대변 색깔이 누런 설사를 말한다.

비설: 배가 불러올라 더부룩하여 설사하는 것을 말한다. 먹으면 곧 토한다.

대장설: 음식물을 먹고 나면 곧 대변을 보고 싶어 하는 설사를 말한다. 대변 색깔이 희고 배가 몹시 아프다.

소장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피고름이 섞인 대변을 누며 아랫배가 아픈 설사를 말한다.

신설: 신장이 허약해 새벽 네 시에서 다섯 시쯤에 설사하는 것을 말한다.

 

설사의 원인과 양상에 따른 분류

습설: 물을 쏟듯이 설사하며 배가 울리고 몸이 무겁다. 그러나 배는 안 아프다.

풍설: 바람을 싫어하고 저절로 땀이 나며 대변에 푸른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한설: 오한이 나고 몹시 무겁고 배가 불러 오르며 배가 끊어질 듯 아픈 것이다. 한설 때에는 반드시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른 아침에 먹은 더운 약 기운은 밤이 되면 없어져 밤의 음기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잘 무렵에 또 먹어야 한다.

서설: 갈증이 나고 소변이 붉으면서 갑자기 물 같은 설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화설: 열설이라고도 한다. 입이 마르고 차가운 것을 좋아하며 한동안 배가 아프다가 갑자기 설사한다. 대변은 끈적끈적하다.

허설: 피곤하면서 힘이 없고 음식물을 먹으면 곧 설사하는 것인데 배가 아프지 않을 때도 있다.

활설: 설사가 오랫동안 멈추지 않아 항문이 벌어져서 걷잡을 수 없이 나오는 것이다. 이때에는 소변에 정액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손설: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을 설사하는 것이다. 원래 저녁 음식은 잘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손설이라 한다. 손설은 하초에 열기가 있거나 비위의 기가 고르지 않아 음식이 그대로 나갈 때, 또한 음식물을 지나치게 먹어 장이나 위가 상해도 생긴다. 손설은 대개 하루 정도 굶으면 멈춘다.

담설: 담 때문에 생긴 설사이며 어떤 때는 설사를 하고, 어떤 때는 설사를 안 하기도 하며, 어떨 때는 매우 심하게 하는 증상을 보인다.

식적설: 설사가 나면서 배가 몹시 아프거나 심하게 설사한 다음에는 통증이 덜하고, 트림하면 달걀 썩는 냄새가 나며 신물이 올라온다.

주설: 술을 지나치게 마셔 생기는데, 뼈가 드러날 정도로 여위고 먹지 못하면서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설사가 난다.

폭설: 갑자기 물 같은 설사를 하면서 딴딴하게 뭉친 작은 대변 덩어리가 섞여 나오는 것을 말한다.

구설: 궐음경이 발동하여 설사가 멎지 않고 맥이 가라앉고 느리며, 손발이 싸늘하고 콧물과 침에 피고름이 섞여 나온다.

 

설사가 심해지면 이질이 된다.

일반적인 설사와 이질은 구별이 된다. 설사는 음식물이 소화된 것이나 소화되지 않은 것이나 모두 힘을 주지 않아도 나오며, 몸이 피곤하고 나른해진다. 이와 달리 이질은 곱이나 피, 그리고 피곱, 혹은 점액 같은 곱이 나오는 것이다. 이질 때에는 모두 아랫배가 땅기고 뒤가 묵직하면서 자주 대변이 보고 싶어진다. 보통 설사가 낫지 않고 오래되면 이질이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각종 이질의 종류와 치료법, 예후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질의 종류

적리: 피가 나오는 것으로 소장에서부터 생기며 습열로 생긴다.

백리: 기에 속하며 대장에서부터 생기는데 마찬가지로 습열로 생긴다. 그리고 냉열이 고르지 못할 때는 적리와 백리가 섞여 나온다.

적백리: 냉열이 고르지 못해서 피곱과 피변이 절반씩 나오는 것이다.

수곡리: 비위의 기가 허약해서 소화되지 않고 음식물의 찌꺼기가 뭉치지 못하고 변해서 생긴 이질이다.

농헐리: 걸쭉한 피곱이 나오는 이질을 말한다.

금구리: 이질로 비장이 허해져서 음식물을 먹지 못하는 것이다.

휴식리: 이질이 나았다가 심했다 하는 것이다.

풍리: 바람을 싫어하고 코가 막히고 몸이 무겁고 푸른 대변이나 멀건 물만 나오는 것이다.

한리: 대변이 집오리 똥처럼 허옇고 배가 끓으면서 아프고 뒤가 묵직한 이질이다. 심하지는 않다.

습리: 습에 상하여 검정콩 달인 물과 같은 것을 설사하는 이질을 말한다.

열리: 더위를 먹어 생긴 것으로 증상은 등이 차고 얼굴이 기름 바른 것처럼 되며 이가 마르며 속이 답답하고 물을 많이 마신다.

허리: 기운이 약하여 노곤하면서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설사이다. 심하면 기혈이 허탈된다.

척리: 안으로 무언가가 쌓이고 기가 정체되어 생기는 것이다.

구리: 오랫동안 잊지 않고 지속된 이질이다.

역리: 한 지방이나 한 가정에서 모두 전염되어 어른이나 아이를 막론하고 모두 않는 것으로 증상이 서로 비슷하다.

고주리: 오랜 이질이 낫지 않아 독기가 장부에 들어갔기 때문에 닭의 간과 같은 것이 고름과 피와 섞여 나온다.

오색리: 5가지 색이 나는 대변이 나오는 것으로 비위에 생긴 식적이나 풍, , , 습과 같은 4가지 기운으로 인해 생긴 것이다.

 

이질의 치료

이질에 걸린 지 하루나 이틀 사이에는 원기가 아직 허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설사시켜서 다 씻어내는 것이 좋다. 이때는 대승기탕을 쓴다. 그러나 이질에 걸린 지 닷새가 지나면 비위가 허약해지기 때문에 설사시켜서는 안 된다. 동의보감은 장중경이 말한 이질의 치료법을 다음과 같이 싣는다. 이질을 치료할 때 설사시켜야 할 경우는 승기탕을 가감하여 썼다. 성질이 찬 대황은 잘 나가게 하고, 후박의 따뜻한 성질은 지체된 것을 풀어주며, 감초의 단맛은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 약을 달여서 먹으면 장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습윤하게 하며 시원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쌓인 것도 없어지고 이질도 낫는다.

 

변비는 왜 생기는가?

변비는 대변이 굳어져서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변이 굳어지는 것은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므로 생기는 현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변비가 신장의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신장은 몸에 있는 다섯 가지 체액을 주관하는데 진액이 소화된 음식물들을 제대로 적셔주면 대변이 제대로 나온다. 하지만 너무 굶거나 과식, 과로하는 경우, 또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 화사가 혈 가운데 잠복할 때는 진음이 고갈되고 진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대변이 굳어진다. 또한 노인의 경우는, 원래 기운이 허하고 진액이 부족하므로 변비가 생긴다고 본다.

 

변비는 어떻게 고치는가?

동의보감에서는 변비를 실증의 변비와 허증의 변비로 나눈다. 실증은 음식물로 인해 생긴다. 위가 실하여 음식은 제대로 먹으나 대변을 누지 못하는 경우이다. 허증은 기로 인해 생긴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며 몸이 무겁고 대변이 굳는 경우이다. 실증일 때에는 위와 장을 깨끗하게 씻어서 맺힌 것을 풀어주고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하는 처방을 내린다. 따라서 대황이나 후박 같은 약을 쓴다. 반면 허증이면 음혈 자양하고 마른 것을 적셔주어 맺힌 것을 푸는 처방을 내린다. 다만 노인의 변비를 치료할 때는 대황을 써서는 안 된다. 노인은 진액이 적어져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황을 써서 설사시키면 진액이 더 없어지기 때문에 변비가 더 심해진다. 따라서 이러면 대장을 적셔주는 약을 써야 한다.

 

비약증

비약증은 상한양명병 때 땀이 절로 나고 오줌이 자주 나와 진액이 속에서 말라 대변이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비장이 좋아서 생기기 때문에 비약이라 한다. 이것은 위기가 세지만 비장의 기운이 약해 진액을 통솔하여 사방으로 잘 보내지 못하고 오직 방광으로만 보내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오줌은 잦지만, 대변은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병 때 동의보감은 비장을 든든하게 하는 비약환을 처방한다.

 

대변이 잘 안 나올 때

변비는 대변이 굳어져서 누기가 힘든 것을 말하지만, 대변 불통은 대변이 굳어서가 아니라 아래가 막혀서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것이 대장에 냉기가 끼어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고 머물러 있거나, 풍사로 인해 대변이 마르고 굳어져 생긴다고 본다. 모두 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장은 폐와 표리의 관계에 있으며 대장은 모든 기운의 통로와 연관되어 있어서 대변 불통 때에는 폐의 기운을 잘 돌게 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동의보감은 기를 돌게 하는 길경지각탕 등을 처방한다. 일반적으로 약을 사용하여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것을 고치지만, 노인이나 허약자라 약 쓰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관장법을 쓴다. 설사하거나 변비가 생기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인한 설사가 아니라 감염성 질병으로 인한 설사는 목숨을 잃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여기서 이질은 설사보다 심한 경우를 말하는데 현대 서양 의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러 가지 질병이 섞여 있다. 이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생기는 이질과 집단적인 전염병을 말하는 역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