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잘 보이고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정명(눈에 있는 정기)과 관련된다. 기가 쇠하거나 간이 허약하여 혈이 부족하게 되면 기가 부족하여 정명도 부족해진다. 이럴 때는 눈이 아른아른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늙은이의 경우는 혈기가 쇠약하여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일반적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가미자주환 등을 쓰고, 노인의 눈이 침침할 때는 여선 옹방 등을 처방한다.
독서도 시력을 해친다.
눈은 혈을 받아야 잘 볼 수 있으므로 오랫동안 독서를 하면 혈이 상하고 따라서 눈도 상한다. 즉, 혈이 간을 주관하기 때문에 글을 많이 읽으면 간이 상하고 간이 상하면 저절로 풍열이 생기면서 열기가 올라오므로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나친 독서로 시력이 저하되었을 때 동의보감은 전적으로 보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혈을 보하고 간을 진정시키며 눈을 밝게 하는 방법을 권한다.
진나라 법녕이 눈병을 앓았을 때 장담이 농담조로 내린 처방에 눈병 치료의 핵심이 들어 있다.
첫째, 책을 덜 읽는 것이고, 둘째, 생각을 덜 하는 것이며, 셋째, 눈을 감고 정신 집중하기를 많이 하는 것이고, 넷째, 밖으로 보는 것을 간단하게 하는 것다. 다섯째, 늦게 일어나는 것이고, 여섯째, 일찍 자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를 명심하고 이레 동안만 어김없이 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일 년 동안만 수양하면 가까이에서는 자기 속눈썹까지 셀 수 있으며, 멀리에서는 한자 되는 발의 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약을 오랫동안 먹으면 담장 밖의 것도 환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옛사람들이 책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읽으면 간이 상하고 눈이 상한다고 한 것은 맞는 말이다. 글읽기와 도박을 지나치게 하여 눈 잃는 것을 간로라고 하는데 이것을 치료하려면 삼 년 동안 눈을 감고 아무것도 보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나을 수 없다.
원시와 근시
원시와 근시는 양기와 음혈이 남고 부족한 것으로 설명된다. 즉, 멀리 있는 것은 보이나 가까이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양기는 남고 음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본다. 달리 말해 혈이 허하고 기가 성하여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듯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잘 안 보일 때는 음 혈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신을 보하는 처방을 써야 한다.
반면에 가까이 있는 것은 보이나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까닭은, 양기가 부족하고 음기가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기가 허하고 혈이 성하기 때문이다. 기가 허하다는 것은 원기가 쇠약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노인에게 주로 나타난다. 이렇듯 멀리 있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것은 화가 없기 때문이므로 이때는 마땅히 심장 보하는 처방을 권한다.
눈병 때 꺼려야 할 것
눈병이 있을 때는 다음과 같은 금기 사항을 지켜야 한다. 우선 절대로 주색과 7정(기쁨, 노함, 근심, 깊은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에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어서 먹는 것을 주의하라고 한다. 대체로 닭고기, 생선, 술, 국수, 찹쌀, 짠 것, 신 것, 열을 내는 음식, 기름진 것 등은 좋지 않다. 마, 무 등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눈은 중요하므로 먹는 것에 주의하지 않으면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으며, 이처럼 하지 않으면 자기 몸을 스스로 망치게 된다.
눈을 좋게 하는 법
팽진인은 눈병이 생겼을 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뜨고 바로 보다가는 감고, 감았다가는 바로 보곤 하였다. 얼마 후에 또 그렇게 하기를 오랫동안 하였는데 나중에는 가을 짐승의 솜털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진인은 눈병을 앓았을 때 캄캄한 방에 단정히 앉아서 눈알을 여든한 번 굴리고는 눈을 감고 정신 모으기를 반복하였는데, 몇 해 동안 그렇게 하자 신묘한 광채가 나더니 금고리처럼 되면서 영원히 어두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눈의 섭생에 관한 고사를 인용한 후 『동의보감』은 구체적인 눈 섭생법을 소개한다.
첫째, 두 손바닥을 뜨겁게 비빈 다음 두 눈을 열네 번씩 눌러주어라. 둘째, 두 손가락으로 두 눈썹 끝의 작은 구멍이 있는 곳을 스물일곱 번 누르고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양쪽 눈 밑의 관골 부위를 비벼라. 셋째, 또는 손으로 귀를 마흔 번 잡아당기면서 비비어 약간 따뜻하게 하고 곧 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리는데, 눈썹 한가운데서부터 머리털이 난 사이까지 스물일곱 번 비비고 침을 몇 번 삼켜라. 늘 이렇게 하면 눈이 밝아지고 풍이 없어진다. 더 나아가 일 년 정도 하면 밤에도 책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안과는 의학의 다른 분야에 비해 일찍부터 전문화가 이루어졌다. 고대 이집트에는 눈에 생긴 질환만을 다루는 안과 전문의가 있었고, 고대 인도의학에서도 안과의학은 많이 발달했다. 또 한의학에서도 서양의학에 못지않게 일찍부터 안과가 발달하였다. 중국에서는 송대 이후에 벌써 안과 전문서인 은해정미와 같은 책들이 등장한다. 종합 의서인 동의보감에서도 눈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상세하게 정리하였다.
이 부분에서 중요하게 강조되는 눈과 간의 관계는 서양의학의 견해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이를테면, 눈에 나타나는 황달은 간의 이상을 나타내는 적신호로 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근시가 노인의 증상으로만 보는 것은 현대 서양 의학의 견해와 일치되지 않는다.
그리고 눈의 증상을 치료하는 원칙을 간과 신을 중심으로 논하는데, 내과적 치료법을 주로 하고 눈 자체의 병소를 제거하는 외과적 치료법의 기술은 적다. 이것은 눈병의 원인을 간과 신에 귀속시켜 내과적으로 다루고 있는 동의보감의 특징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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