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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눈은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이는 곳

by health_care 2024. 1. 21.

동의보감에서는 눈을 중시한다. 왜냐하면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두 눈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정기가 모여서 눈을 이루므로 눈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뼈의 정기는 눈동자가 되고, 힘줄의 정기는 검은자위가 된다. 혈의 정기는 핏줄이고 기의 정기는 흰자위가 된다. 눈에는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인다. 눈은 영위와 혼백이 늘 드나들고 신과 기가 생겨나는 곳이다. 눈은 심장의 지시를 받는데, 심장은 정신이 들어 있는 곳이다. 이렇듯 눈은 온몸의 정기가 다 모이는 곳이며, 정신과 마음에 깊이 관련된다. 그러므로 정신과 정기가 혼란되어 잘 돌아가지 못하면 갑자기 이상한 것이 보이고, 정신과 혼백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면 미혹된 것이 보인다.

눈의 정기는 비장의 작용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왜냐하면 오장과 육부, 열두 경맥, 삼백육십다섯 락의 혈기를 모두 비장에서 받아 위로 올려보내 눈을 밝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장이 허약하면 오장의 정기가 눈으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눈이 밝지 못하게 된다.

한편, 눈은 온몸의 정기가 모이는 곳으로, 그 부위에 따라 오장육부의 기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오륜지도와 팔곽지도 등으로 설명한다. 오륜지도는 눈 바깥 부위부터 안쪽으로 다섯 층으로 깊어지는 것을 그린 것이며, 팔곽지도는 그것을 다시 평면으로 펼쳐 여덟 부위로 나눈 그림을 말한다. 오륜지도는 오행과 관련되며, 팔곽지도는 주역의 여덟 패와 연관된다.

 

눈과 간, 그리고 화.

한의학에서는 눈이 여러 장부 가운데서도 특히 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구체적으로 간의 작용 때문에 사물을 볼 수 있다고 본다. 동의보감에서도 눈은 간의 상태가 나타나는 구멍이라고 표현하면서 눈과 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이 누우면 혈이 간으로 들어가는데 간이 혈을 받아야 눈이 볼 수 있다. 또한 간의 기운은 눈으로 통하므로 간이 조화로운 상태에 있어야 다섯 가지 색깔을 잘 분별해 볼 수 있고 간의 기운이 조화로운 상태에 있지 않으면 눈이 어두워진다. 간이 허약하면 눈이 침침해지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눈과 간이 직접 연결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장기가 눈과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동의보감에서는 간 기운과 신 기운의 상생 관계를 근본으로, 간과 신의 기가 부족하면 눈이 침침하고 어지러워진다고 본다.

 

심장 또한 간과 함께 눈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혈을 주관하는 심장과 혈을 저장하는 간이 간직한 열 때문에 생긴 눈병에서는 간과 심장의 열을 함께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과 간의 혈이 간직한 열은 눈병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눈병에는 한증이 없으며, 모두 화 기운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눈의 흰자위가 벌겋게 되는 것은 화가 폐의 기운을 누르기 때문이며, 눈두덩이 벌겋게 붓는 것은 화가 비의 기운을 억누르기 때문이고, 검은자위와 눈동자에 예막이 가리운 것은 화가 간과 신의 기운을 억누르기 때문이며, 벌건 핏줄이 눈알을 지나가는 것은 화가 저절로 심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눈병을 일으키므로 조심해야 하는 것들

동의보감에서는 눈병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조심해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일컫는다.

-다섯 가지 매운 것을 먹는 것

-뜨거운 음식만 먹는 것

-머리에 침을 놓아 피를 많이 띄는 것

-애써 먼 곳만 보는 것

-밤에 잔글자를 보는 것

-연기가 나는 곳에 오랫동안 있는 것

-장기나 바둑을 쉬지 않고 두는 것

-밤에 오랫동안 글을 읽는 것

-술을 한정 없이 마시는 것

-국수를 뜨겁게 하여 먹는 것

-잔 글자를 여러 해 동안 쓰는 것

-정밀한 조각을 하는 것

-눈물을 지나치게 흘리는 것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는 것

-해와 달을 자주 쳐다보는 것

-달빛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

-밤에 달과 별을 보는 것

-볼 수 있는 데까지 산천초목을 오랫동안 보는 것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사냥하는 것

-찬바람과 서리를 맞는 것

-바람을 맞으면서 짐승을 밤낮없이 따라다니는 것

 

눈병의 종류와 치료

동의보감에서는 눈병을 내장과 외장, 예막, 안화, 눈의 통증,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 노인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 눈을 뜨지 못하는 것과 감지 못하는 것, 근시와 원시, 눈곱이 나오는 것, 하나의 물건이 둘로 보이는 착시, 지나치게 울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 것, 책을 많이 읽어서 눈을 해친 것 등으로 나누어 본다. 특히 내장과 외장, 예막은 매우 상세하다.

 

내장

내장은 눈의 검은자위 속에 예막이 생겨 가려지므로 눈동자가 흐려져서 보지 못하며 눈동자 속에 청백색이 은은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흔히 말하는 백내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장은 혈이 부족하고 정신이 피로하며 신들이 허해서 생긴다. 따라서 내장은 혈을 자양하고 신을 보하며 정신을 안정시켜 조화되게 하여야 좋아진다. 내장에는 보간산 등을 쓴다. 내장은 예막의 양태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뉜다.

 

외장

외장은 안구의 앞면에 가리는 것이 있어서 보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눈에 선 붉은 핏줄이 위에서부터 내려오는지, 아래로부터 올라가는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지에 따라서 각기 태양경병, 양명경병, 소양경병으로 나누며 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외장 또한 내장의 경우처럼 증상과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뉜다.

 

예막과 안화

예막이란 눈에 백태가 낀 것을 말한다. 대체로 예막은 폐와 연관되는데, 폐가 열을 많이 받을 때 생긴다. 치료할 때에는 예막을 없앤 이후에 열을 내리는 방법을 쓴다. 예막에는 결명원 등을 쓴다.

안화란 눈앞에 꽃무늬 같은 것이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때로는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거나 거미가 공중에 매달린 것 같은 것이 눈에 어른거린다. 하초, 즉 신이 허할 때 이 증상이 생긴다. 안화에는 숙지황환 등을 쓴다.

 

눈의 통증

눈의 통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눈의 내자와 외자, 흰자위가 아픈 것이다. 이 경우는 양에 속하므로 낮에 아프다. 이럴 때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찬 약을 쓴다. 둘째는 눈동자와 검은자위가 아픈 것이다. 이 경우는 음에 속하므로 밤에 몹시 아프다. 이때는 맛이 쓰거나 성질이 찬 약을 쓰면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