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따르면 피부와 털은 오장 가운데 폐에 해당한다고 한다. 폐와 부합되는 것이 피부이고 폐의 상태에 따라 겉에 나타나는 것이 털이다. 폐는 피부와 털을 주관한다고 한다.
피부에 있는 맥의 색깔을 보면 병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부에 있는 맥이 푸른빛을 띠면 통증이고, 검은색을 띠면 저린 증상이다. 누렇게 되면서 붉은색을 보이면 열증, 흰색을 띠면 한증이다. 다섯 가지 색깔을 모두 띠면 한·열증이 반복하는 증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풍한의 사기는 반드시 먼저 몸의 겉 부분인 피부와 털을 통해 점차 몸 깊숙이 들어간다. 갖은 병이 처음에 생길 때는 반드시 피부와 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기가 들어오면 주리가 열리고, 주리가 열리면 사기가 낙맥으로 들어간다. 낙맥에 머물러 있을 때 치료하지 못하면 경맥으로 전이된다. 경맥에 머물러 있을 때 치료하지 못하면 육부로 전이되어 내장에 자리를 잡게 된다.
사기가 최초 피부에 들어오면 으슬으슬하면서 솜털이 솟아나고 주리가 열리고, 낙맥으로 들어가면 낙맥이 성해져서 빛이 변한다. 경맥에 들어가면 허약한 것을 따라 처져 내려간다. 힘줄과 뼈 사이에 들어가 차가운 기운이 많을 때는 힘줄이 조여지고 뼈마디가 아프다. 열이 많으면 힘줄이 늘어지고 뼈가 녹는 듯하며 살이 마르고 털이 부스러진다.
왜 피부가 가렵고 아픈가?
피부가 가렵고 아픈 증상은 피부와 털에서 생긴다. 왜 피부가 가려운가? 피부가 가려운 것은 모두 허증으로 혈이 살과 주리를 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피부가 아픈가? 오장 중 심장의 맥이 너무 지나치면 열이 나고 피부가 아프며 부스럼이 생긴다.
이처럼 동의보감에서는 가려운 증상은 허증, 아픈 증상은 실증으로 본다. 허증이건 실증이건 이 두 가지는 모두 몸 안의 화의 작용 때문에 생긴다. 그것은 마치 불기운을 가까이할 때 약간 뜨거우면 가렵고, 몹시 뜨거우면 아프며, 불에 닿으면 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피부에 생기는 질병
동의보감에서는 피부병의 대표적인 것으로 반진, 은진, 단독 등 세 가지의 증상을 든다. 또한 피부가 마비되는 증상인 마목을 중요하게 취급하며, 피부의 잡병으로 비사, 뾰루지, 땀띠 등과 색택증, 자전풍, 백전풍, 백철, 검은 사마귀, 기미 등을 다룬다.
반진
군데군데 빛나는 점이 있고 과립이 없는 것을 반이라 하고 작게 돋고 과립이 있는 것을 진이라 하는데, 금방 생겼다가 금방 없어지고, 또 생긴다.
반진은 대체로 열 때문에 생긴다. 심장의 열 기운이 폐에 들어가 폐의 기운을 억누르기 때문에 붉은 점이 피부와 털 사이에 생기는 것이다. 열증의 반진에는 외감 원인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다.
상한 때문에 생긴 반진을 양독이라 하고, 봄의 온 병으로 생긴 반진을 온독이라 하며, 여름철 열병으로 나온 반진을 열독, 돌림병으로 생긴 반진을 시독이라 한다.
가벼운 것은 모기에 물린 것 같이 반진이 손과 발에만 돋고 초기에는 붉다가 차츰 누렇게 된다. 중한 것은 가슴과 배에 비단 무늬와 같이 돋으며 처음에는 약간 불그스름하다가 시뻘겋게 된다.
열증뿐 아니라 음증에도 반진이 생긴다. 음증의 반진은 가슴, 등, 손과 발에 드물게 돋으며 약간 붉은빛을 보인다. 이는 화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떠올라 가슴에 모여 폐의 기운만 훈증하여 피부로 전해져 반점이 돋아난 것으로 마치 모기, 벼룩, 이 등에 물린 것 같다. 내상으로도 반진이 생긴다. 위의 기운이 극도로 허약해서 온몸의 화 기운이 겉으로 나와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내상으로 생긴 반진은 가벼운 경우 모기에 물린 것 같이 손발에 많이 돋아나지만,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는 일은 없다.
몸의 상태를 보아서 반진이 돋으려는 징후를 알 수 있다. 반진이 돋으려고 할 때는 대체로 땀이 나거나 설사해도 병이 풀리지 않고, 발이 차갑고 귀가 먹으며 조바심이 나고 답답하며 구역질이 나며 기침하게 된다. 이때는 반진이 듣지 않게 하는 약을 먹어 예방한다.
반진의 색깔과 양태를 보아서 생사를 판단할 수도 있다. 붉은 반진이 나오면 절반은 고치기 힘들다. 검은 반진이 나오면 열에 한 명이 산다. 반진 이 붉고 몸이 더우며 가슴과 배로부터 팔다리로 퍼져 나가는 것은 좋고, 반진이 검고 몸이 차며 팔다리로부터 가슴과 배에 들어오는 것은 예후가 나쁘다. 반진이 새빨간 것은 위에 열이 있는 것이고, 자줏빛이면서 붉지 않은 것은 열이 심한 것이며 검은 자주색은 위가 헌 것이다. 그 때문에 벌건 반진은 가벼운 것이고 검은 반진은 심한 것이다.
은진
벌건 부스럼 딱지 같은 것이 피부 표면에 은은히 나타나면서 가렵기만 하고 붓거나 아픈 일이 없으므로 은진이라 한다. 은진이 돋는 것은 대부분 비 계통에 속한다. 몹시 가렵거나 혹은 감각을 모르는 것은 풍, 열, 습기를 겸한 것이며, 진이 붉은 것은 화를 겸한 것이다. 온몸에 흰 은진이 돋아 계속 가려운 일도 있는데, 이는 한 사가 기육과 피부에 잠복해 있으므로 생긴다.
단독
갑자기 몸에 연지를 바른 것같이 벌겋게 된 것을 단독이라 한다. 민간에서는 적류라고 한다. 간혹 헌데를 잘못 다쳐서 그 둘레가 달아올라 붉게 된 것을 창류라고도 한다. 둘 다 붉은 줄이 뻗쳐서 마치 구름발 같은 것이다. 어린이가 이 병에 걸리면 좋지 않다. 특히 100일도 채 못 되어 생긴 것은 태류라 하며 가장 치료하기 힘들다.
단독은 왜 생기는가? 나쁜 독과 열혈이 명문(두 개의 신장 중에서 오른쪽의 것을 명문, 왼쪽 것을 신수라 한다)에 몰렸다가 군화와 상화가 성할 때를 만나면 생긴다. 더운 시기에는 통성산 등 맵고 성질이 서늘한 약을 써서 풀고, 추운 시기에는 칡뿌리, 승마 등 맵고 성질이 따뜻한 약으로 풀어준다. 대개 팔다리에 생긴 단독이 배로 올라오면 죽는다.
비사, 뾰루지, 땀띠
내경에서는 '일하고 난 뒤에 땀이 났을 때 풍한을 받아 상박되면 비사가 되고 그것이 몰리면 뾰루지가 된다.'라고 한다. 뾰루지는 일했을 때 땀구멍에서 땀이 나와 기름기와 엉겨서 생긴다. 또한 여름철에 땀을 지나치게 흘려 피부에 좁쌀만 한 것들이 붉게 돋게 되는데, 이를 땀띠라고 한다. 이것이 짓무르고 헤져서 헌것을 비창이라 한다.
마목
살이 뻣뻣해지면서 감각이 없어지는 증상을 마목이라 한다. 마치 노끈으로 꼭 매었다가 풀어놓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왜 마목이 생기는가? 영추에서는 '위기가 돌지 못하면 마목이 된다.'라고 한다. 즉, 병이 오래되면 깊이 들어가 영위가 잘 돌지 못하고 경락이 때로 통하지 않기 때문에 아프지 않으며 피부가 영향을 받지 못하므로 감각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기가 잘 돌지 않는 것은 기가 허약하거나 습담이나 어혈이 생겨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가 허약해서 저리는 것을 “마”라 하고, 습담이나 어혈로 감각이 없는 것을 목이라 구분하기도 한다. 마목에는 충화보기탕을 처방한다.
색택증
피부의 윤택함이 사라지는 증상을 색택증이라 한다. 색이란 '없어진다'라는 말로 정혈이 말라 들었기 때문에 피부의 윤택한 기운이 없어져 고기비늘처럼 까칠까칠해지면서 윤기가 없어지는 것이다. 몸이 수고롭고, 허해서 몹시 여위고 속에 피가 말라 피부가 마르고 거칠게 된다.
자전풍, 백전풍, 백철
살빛이 변하여 붉게 된 증상을 자전풍이라 하며, 흰 증상을 백전풍이라 한다. 백철이란 피부에 흰 점이 생겨 점점 더 커지고, 버짐 같으면서도 헐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이 셋은 모두 풍사가 피부에 부딪혀 혈기가 조화되지 못해서 생긴다.
검은 사마귀와 기미
검은 주근깨로서 풍사가 변해서 생긴다. 주근깨 중 빛이 검고 큰 것을 기미라 한다. 검은 사마귀를 빼려면 찹쌀, 석회, 파두 등을 가루 내어 떡을 만들어 사기그릇에 담아 움에 3일간 두었다가 꺼내어 참대 꼬챙이로 좁쌀만큼씩 떼어 사마귀에 바르면 저절로 떨어진다. 검은 사마귀를 없애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석회를 물 1잔에 넣고 묽은 풀처럼 되도록 갠다. 여기에 온전한 찹쌀을 꽂아놓되 찹쌀이 석회 속으로 절반 정도 들어가게 해서 하룻밤 두면 찹쌀이 마치 수정같이 변한다. 먼저 바늘로 검은 사마귀를 약간 들치고 그 위에 쌀을 조금 놓는다. 반나절쯤 지나서 기미에서 진물이 나오면 약을 떼버리고 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면 이삼일 만에 없어진다.
피부와 관련된 질환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병 자체보다는 외관상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피부병은 누구나 맨눈으로 그 이상 유무를 직접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병의 기술에는 동·서양 의학의 차이가 별로 없다. 그와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탈 가운데 특징적인 피부병을 형상화한 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곰보 탈(천연두), 문둥이 탈(한센씨병), 흰탈(백반증, 백색증), 홍백탈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과거 선인들을 사실 적으로 그린 초상화를 통해서도 피부병의 유무와 그들이 앓았던 피부병의 종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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