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으로 알 수 있는 간의 상태
간은 몸 속에 있으므로 눈으로 볼 수 없으나 사람의 외부 모양을 보고 간의 위치나 크기, 상태를 알 수 있다. 살결이 부드럽고 얼굴빛이 푸른 사람은 간이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간이 크다. 갈비뼈가 높이 솟고 젖혀져 가슴이 넓은 사람은 간이 위로 놓여 있고, 갈비뼈가 처져 좁은 사람은 간이 아래로 처져 있다. 가슴이 실한 사람은 간이 튼튼하고 갈비뼈가 약한 사람은 간도 허약하다. 가슴과 등의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은 간이 똑바르고 한쪽 갈비뼈가 들린 사람은 간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간이 작으면 오장이 편안하고 옆구리 아래에 병이 생기지 않는다. 간이 크면 위가 눌려 목구멍이 눌리는 듯하고 가슴속이 아프다. 간이 든든하면 장이 잘 상하지 않고 장이 편안하다. 반면에 간이 약하면 황달이나 소갈(당뇨병)이 잘 생긴다.
간이 상한 증상
높은 곳에서 떨어져 속에 나쁜 피가 고여 있는 데다가 몹시 화를 내어 기운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면 옆구리 아래로 나쁜 피가 몰려 간이 상한다. 이처럼 사기가 간에 있으면 양쪽 옆구리가 아프다가 아랫배까지 아프게 된다. 폐병이 옮아가서 생긴 간의 병을 간비라고 하는데 이때는 먹은 것을 토하고 양쪽 옆구리가 아프다.
간병의 허증과 실증
간은 피를 저장하는데 이 피에 혼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간의 기운이 허약하면 무서워하고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간의 기운이 많으면 성을 낸다.
간병이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지는 것
간의 병은 여름이 되면 낫는데 여름이 되어서도 낫지 않으면 가을에 가서 심각해지고, 가을에 사망하지 않으면 겨울에 그대로 지내다가 버티면 봄철에 가면 낫는다. 또 간의 병은 아침에는 증상이 가볍다가 저녁에 심해지고 밤중에는 안정된다.
간의 기운이 끊어진 증후
간은 힘줄이 모인 것으로 힘줄은 음부에 모이고 혀뿌리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경맥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못하면 힘줄이 오그라들고 그러면 혀와 음낭이 땅겨진다. 간의 기가 끊어지면 수일 만에 죽는데, 이러한 사람은 엎드려 자려고만 하고 얼굴빛이 푸르고, 눈은 뜨고 자는 사람으로 땀이 물 흐르듯 쉬지 않고 흐른다.
간병을 치료하는 법
간은 당겨지는 것을 괴로워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단 음식을 먹어 풀어주면 된다. 그러므로 감초를 쓰고 흰쌀이나 쇠고기, 대추 등도 좋다. 또 간은 뭉치지 않고 흩어지는 것을 좋아하므로 기운을 매운 것을 먹어 흩어뜨려야 한다.
간을 좋게 하는 양생법
간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력 일월, 이월, 삼월의 초하루 아침에 동쪽을 향해 앉아서 이빨을 세 번 마주치고 맑은 공기를 아홉 번 마신 다음 아흔 번 숨 쉴 시간 동안 숨을 참는다. 또 똑바로 앉아서 양손으로 허벅지 옆의 땅바닥을 힘주어 누른 자세에서 천천히 몸을 좌우로 내리기를 각각 서너 번에서 대여섯 번씩 한다. 또다시 바로 앉아 양팔을 끌어다가 서로 교차시켜 손들이 가슴으로 향하게 하여 서너 번에서 대여섯 번 정도 안듯이 잡아당기면 간에 생긴 적취나 풍사, 독기를 없앨 수 있다.
간을 튼튼하게 하는 약에는 22가지가 있다.
그것은 작약(함박꽃 뿌리), 초룡담(용담초), 세신(족두리풀), 산조인(멧대추씨), 공청, 황련, 결명자(결명씨), 차전자(질경이 씨), 청피(선귤껍질), 제자(냉이씨), 복분자, 사삼(더덕), 청상자(개맨드라미씨), 산수유, 창이자(도꼬마리 열매), 총백(파밑동), 고삼(너삼), 목과(모과), 소맥(밀), 구(부추), 이(추리) 등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간에, 더 나아가 오장과 육부, 각 신체 부위에 관한 지식은 기본적으로 해부학적인 시각에 입각한다. 물론 지금 보면 잘못 관찰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오장과 육부에 대한 이론이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장기와 신체 부위를 관찰한 토대 위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볼 때, 한의학이 인체 장기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 없이 기나 혈이나 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의학의 일면만을 보고 하는 말이며, 동·서양 의학의 차이를 절대시하는 편견이다. 삼초와 같이 형태가 없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장부들은 서양 의학에서 말하는 장기들과 대부분 대응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능적인 면에서 한의학에서 보는 간과 서양 의학에서 보는 간의 기능은 다른 점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간이 생기를 낳는 곳이라고 보아 다소 추상적으로 간의 기능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간이 감정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견해이다. 반면 서양 의학에서는 간이 해독 작용을 담당하고, 당의 대사, 쓸개즙 분비 등에 관여하는 인체의 중심적인 장기로 보고 있다. 물론 이처럼 다른 점도 있지만 유사한 부분도 많다. 이를테면 간이 피를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나, 간이 좋지 않으면 황달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동·서양 의학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간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대사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에서도 표현은 다르지만, 간이 생기를 낳는다는 개념은 서양 의학에서 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중세나 고대 의학에서는 간을 생기의 근원으로 보기도 했다.